고르지 않고 사기

일생을 지나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사는 것일까?
엄마 아빠에게 칭얼대며 사탕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 
학생시절 문방구에서 학용품을 사는 일, 
서점에 들려 교과서와 참고서나 취미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사는 일, 
그로서리에 들려 식품을 사는 일, 
운동구점에서 운동기구를 사는 일,
백화점이나 일반 상점에서 일용품을 사고 누구에겐가 줄 선물을 사는 일, 
여행을 위해 기차표, 버스표, 비행기표를 사는 일,
인터넷 쇼핑을 통하여 이것 저것을 사는 일.... 등등.

무엇을 살 때마다 우리가 흔히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다.
물건을 고르는 것이다. 값이 싸고 좋은 것을 고르기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금보다 귀한 시간이 소모되는 것은 개의치 않는다.

야채나 과일 가게에 가면 으례 싱싱하고 큰 것을 고른다. 싱싱하지 못하고 크지 못한 것은 사람들의 손을 몇번이나 탓을까?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는 가운데 작은 것은 굴러다니고 던져지느라 골병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팔리지 않는 것을 보는 상점 주인은 어떤가? 팔리지 않는 부실한 것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사실 고르고 골라 보아야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열심히 고른 것이 집에 와서는 천대를 받기도 한다. 어쩌면 버려지는 경우도 생긴다. 

고르지 않고 물건을 사면 어떨까?
누군가가 가져갈 것을 내가 먼저 가져간다는 생각으로 손에 잡히는 것을 그냥 사면 어떨까?
작은 것을 가지고 오면 큰것을 샀을 때보다 조금 덜 먹게 될 것이다. 부실한 것을 사가지고 왔다면 실한 것보다 영양가가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하고 큰 것을 고르기 위한 신경을 안써도 되었으니 우리의 머리는 좀더 편하지 않았을까? 좋은 것을 먹고 생긴 살과 기름기를 빼기 위해 과외돈을 지불하는 것보다는 작게 먹는 것과 영양가가 조금 덜한 것을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가는 떠나야 할 곳이다. 이 땅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또한 땅의 것은 언젠가 버려지게 마련이다. 어차피 버려질 것 좀 큰 것을 먹고 버리는 것이나 작은 것을 먹고 버리는 것이나 무슨 큰 차이가 날것인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땅의 삶이 영원한 하늘의 삶으로 연결된 사람은 땅의 것만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죽으면 썩을 살 아껴서 무엇하겠느냐고 하던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땅의 것에 대한 욕심으로 남을 언쨚게 만들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하늘 성도의 사는 방법이 아니다. 고르지 않고 사는 삶을 사는 것은 어떻겠는가? 특히 과일상점이나 야채상점에서 말이다.

(2008.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