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지혜
거인에게 잡힌 호랑이
등록일:2012-11-08/작성자:관리자/조회:751
자이언츠(거인들)가 타이거즈(호랑이들)를 누르고 야구 월드 시리즈 챔피언이 되었다. 2012년 10월 25일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 시 코메리카 팍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3차전과 4차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일방적으로 이겨 챔피언이 되었다. 100만 (샌프란시스코 시의 전제 인구가 100만이 안되는데 동서남북 사방에 모인 사람들이 그 수를 이룬 것이다) 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운집한 샌프란시스코 시청앞 광장은 승전의 환희와 기쁨으로 큰 물결을 이루었다. 중국계 미국인 샌프란시스코 시장 에드 리는 축하의 말을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인언츠 레리 베어 구단주에게 황금 열쇠와 빗자루 모형을 선물하였다. 4 게임을 싹쓸이 했다는 의미로 빗자루를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이 모습을 본 타이거즈 팬들이 얼마나 분통이 터졌겠는가?

약 30년 전의 일이다. 당시 나는 아이오와 주에서 제일 큰 도시인 드모인에서 살았다. 그해 말 디트로이트의 한 작은 한인교회로 부임이 결정나서 떠날 준비를 하는 과정에 우체국에 들릴 일이 있었다. 우체국에서 만난 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이제 곳 디트로이트로 이사를 가게 된다고 하자 그는 지체할 것도 없이 “Why?”라고 하였다. 갑작스런운 반응에 나는 얼떨떨 하고 있는데 그는 이렇게 설명을 하였다. “디트로이트는 사람들이 살다가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 찾아가는 곳인데 어떻게 그리로 가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교회를 방문하기 위해 가족과 같이 처음으로 찾았던 디트로이트는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를 우리에게 느끼게 했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물론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을 벗어나 외곽으로 가면 자동차 산업의 간부들이 사는 고급 주택지역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디트로이트에 대한 일반적인 인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7년이란 세월을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살았다. 그 동안 폐쇄 직전의 작은 교회를 하나님의 은혜로 안정된 교회로 만들게 되었다. 23,000 스퀘어피트의 교회 건물이 5에이커의 대지 위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체교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신학대학 선배는 “이제 김목사는 만세반석에 앉았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교회를 일으키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사명인가? 자체교회당을 마련한 이듬해 이번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교회를 그 목적지로 하여 다시 이삿짐을 꾸리게 되었다. 이번에도 어느 미국인을 만나 이번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말 했더니 그는 “Wow!”라고 하면서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미국의 내륙지역에 사는 미국인들 가운데 평생소원이 샌프란시스코를 한번 가 보는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월드시리즈를 취재하는 방송에서 디트로이트에서의 경기 전에 한 미국여인과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방송진행자가 여인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하였을 때 그 여인은 “샌프란시스코 피셔먼스 월프를 가 보는 것이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샌프란시스코는 동경의 도시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이렇듯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두 도시의 야구팀이 프로야구 세계챔피언을 정하는 월드시리스에서 맛붙게 되었으니 나로서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경기가 너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나는 타이거즈 팀이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How?”라는 말이 자꾸 떠 올랐다. 어떻게 그렇게 맥없이 지고 만단 말인가? 그래도 홈구장에서 한번쯤은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떻게 4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그렇게 질 수 있단 말인가? 한 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실력을 가진 타이거즈 팀이라면 실력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것, 이제 경기는 끝나고 샌프란시스코는 축제의 분위기로 들떠 있고, 어둡고 침침한 디트로이트는 더욱 침침한 분위기로 내려 앉는 것 같아 서글프다.

인간의 일생은 명암의 교차 가운데 그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Why?” 그리고 “Wow!” 그리고 “How?” 등등…… 물음표와 감탄사가 섞이어 하나의 줄을 만들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이어지는 것이 삶이 아닌가? “Wow!”만 계속되는 삶도 없고 “Why?”만 계속되는 삶도 없다. 어떤 형편이 되었든 삶이란 순간에 끝나고 마는 것이라면 그 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받아들이고 승화시키는가에 삶의 보람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곳이 디트로이트이건 샌프란시스코이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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