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주례를 하기 위해 레이크 타호(Lake Tahoe)로 가는 길에 딸의 집에 잠간 들렸다. 외손자와 외손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제 막 6살이 된 외손녀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맞기 위해 외할머니가 사 준 원피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는데 외손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자고 있었다. 점심을 사주고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대신 돈을 주려고 하니까 외손자도 부시시 침대에서 일어나 리빙룸으로 나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나보다. 

딸의 집에서 한국에서 온지 4개월 되는 사돈 내외를 만났다. 어디서 결혼식을 하느냐고 물어서 레이크타호라고 하니까 얼른 못알아듣는 안사돈에게 바깥사돈이 ‘대호’라고 설명을 해 주었다. 레이크타호를 대호라고 하는 말은 처음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 되는 것 같았다. 레이크타호가 켈리포니아에서는 제일 큰 호수이니 말이다. 호수를 한번 도는데 72마일이라고 하니 약 300리 길이라면 가히 대호라고 할만도 하다. 거기에 영어로 타호가 한국어로 대호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타호(대호)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웨딩리허설을 무난히 마친 후 신랑부모가 초대한 저녁식사에 참석하였다. 미리 정해진 좌석은 아닌데 우리 옆에 신랑의 어머니가 자리를 하게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하면서 신랑 어머니는 내가 연합감리교회 목사라는 것을 알고 묻지도 않는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자신도 감리교인인데 지금은 남편과 케토릭교회를 다닌다고 했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 전에는 어느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한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감리교인인데 남편이 천주교인이라서 지금은 성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몸만 성당에 가는 것이고 내 마음은 여전히 감리교인입니다. 비록 내가 성당에 다니고 있지만 나는 감리교회에서 캐토릭교회로 나의 신앙을 바꾼 것(Conversion)은 아닙니다.” 그가 고백한대로 말하면 그는 천주교회를 다니는 감리교인이다. 그의 말은 나를 더 깊은 생각으로 몰아넣었다.

교회를 다니지만 교인 아닌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심지어 교회에서 직분을 받은 사람들: 집사, 권사, 장로, 목사 가운데도 교인 아닌 사람들이 상당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들이 기본적인 신앙고백을 했기 때문에 그런 직분을 받은 것이겠지만 그들의 신앙고백이 얼마나 실신한 것이었든가는 다시 제기해야할 질문이다.

차라리 대호에서 만난 여인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사는 사람을 하나님은 더 기뻐하지 않으실까? 오래만에 산정 호숫가 식당에서 만난 여인의 모습에서 얻은 감리교인다운 감리교인 하나를 만난 기쁨이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20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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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는 한국인이고 신랑은 미국인인데 신랑의 부모는 모두 백인이며 신랑의 아버지는 지신이 100% 아이리쉬라는 것을 자랑하는 은행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