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매너
골프장 교회
등록일:2011-11-30/작성자:관리자/조회:484
이른 새벽 동이 트기 전에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일찍 운동을 하고 일터에 나가기 위한 사람, 새벽 이슬을 발로 차면서 신선한 공기를 마음 껏 마시기 원하는 사람, 사람들을 피하여 조용한 시간에 운동을 하려는 사람, 새벽 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골프장을 이른 시간에 찾는 사람, 뜨거운 한 낮의 햇빛을 피하기 원하는 사람, 등등…..

나도 새벽에 골프장을 자주 찾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인 경우가 더 많다. 비록 혼자 하는 경우에도 어렵지 않게 앞 선 사람이나 뒤에 따라오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초원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면 먼저 통성명을 하고 같이 운동을 하게 되어 기쁘다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는 것은 나의 골프실력이 대단치 않아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예의상 질문을 던진다. 대개의 경우 상관없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는 나와 실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렇게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 나는 그의 운동하는 모습을 유심이 살피면서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관찰하며 배울 것을 찾는다. 이 시간은 한번도 골프 렛슨을 받아보지 않은 나에게 프라이빗 레슨이 되는 셈이다.

사 람들의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골프를 하는 모습이 다르다. 볼이 원하는 대로 잘 맞지 않으면 신경질을 내고 골프채로 땅을 때리는 사람, 새로 볼을 치면서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바로 치는 사람, 아주 드물긴 하지만 잘 안되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욕을 하면서 인상을 쓰는 사람, 볼이 떨어진 곳에 가면 습관적으로 그 볼을 옮겨놓고 치는 사람, 언제나 남에게 먼저 양보하려는 사람, 다른 사람이 잘하는 경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사람 (이 경우 하수가 고수에게 그렇게 하면 실례가 되기도 하는데 감탄을 하면 그것은 함께 즐기는 계기가 되고 분위기를 고양시키기도 한다), 뒤에 오는 사람을 전혀 개의치 않고 너무 시간을 끄는 사람, 러프지역에 가면 남이 잃어버린 공을 찾기 위해 헤메는 사람, 자기의 스코어를 속여서 기록하는 사람,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남의 스코어까지 꼼꼼히 기록하는 사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골프만 치는 사람, 너무 수다스러워 조용한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사람, 등등…. 사람들의 가지 가지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골프장이다.

락키(Rocky)는 필리핀계 미국인이다. 나이는 75세. 전형적인 동양인의 작은 키에 왼손잡이다. 그를 만난 것은 역시 이른 새벽 시간이다. 그 골프장에서 제일 일찍 필드로 나가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핸디가 12라고 한다. 전에 찾던 골프장은 지금의 것에 비하면 거리가 조금 가깝기 때문에 그의 핸디는 8로 내려간다고 했다. 공인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핸디가 25라고 했다. 마지막 18홀로 가면서 그는 경기를 하자고 했다. 이기는 사람에게 $1.00씩 주기로 한 것이다. 그는 하얀 티(369 야드)에서 치면서 나를 보고 낮은 핸디이니까 노란 티(349 야드)에서 치라고 했다. 그날 따라 나의 드라이브 샷이 잘 맞았다. 두번에 그린에 올렸다. 버디는 놓쳤지만 파를 했다. 그는 파를 놓지고 보기를 했다. 결국 락키와 다른 이로부터 나는 $2.00을 상금으로 받게 되었다. 락키는 다음을 기약하며 그날은 헤어졌다.

다시 락키와 라운딩을 하게 되었다. 그는 이번에는 한 홀로 승부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게임을 하자고 했다. 전날 안 보인던 새로운 드라이버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쨋건 나는 중간에 그에게 $1.00을 다시 건네 주고 말았다. 도저히 그를 이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잃었던 것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 날은 그의 모습에서 지지 않으려는 굳은 결의를 볼 수 있었다. 75세의 나이에 그런 기개가 아직 살아 있다니 그에게서 젊음을 느끼는 것 같아 좋았다.

락키는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했다. 본래 천주교회를 다녔는데 지금은 교회를 다니지 않고 무신론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내가 목사라는 것을 다른 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후 나를 보면 천주교인들이 하는 성호를 그으면서 인사를 한다. 나는 그에게 내가 목사이고 당신은 교인이었으니 이제 우리가 골프장 교회를 세우면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 당신은 골프장 교회 첫번 등록교인이 되면 어떻겠는가라고 했다. 이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거니는 골프장의 푸른 초원은 더 없이 ㅤㄴㅓㅀ어 보이고 하늘은 더 가까이 우리에게 닥아오는 것 같았다.

어쩌다 골프장에서 만난 이들을 통해 나는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듣곤 한다. 37년의 목회를 마감하고 은퇴한 후 일년이 지난 때 시작한 골프인데 요즈음은 나의 일과처럼 되었다. 다행히 이곳 미국은 적은 비용(한국에서 한번 골프장 나가는 갚으로 한달을 칠 수 있음)으로도 골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해 진 것이다. 인생 말년에 골프장을 걸으면서 건강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신선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다. 또한 락키같은 사람을 신앙으로 이끌 수 있게 하나님께서 골프장 교회를 허락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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